1. 재미 이야기
재미는 천애고아입니다. 정말 엄마가 갖고 싶었습니다. 입양을 꿈꿨죠.
착한 아이, 예쁜 아이, 씩씩하고 해맑은 아이를 어른들이 선택할 거라고 생각하고
노력했지만 아무도 재미를 칭찬만 할 뿐 집으로 데려가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다시 목표를 바꿉니다.
자기가 엄마가 되기로요.
그렇게 재미의 꿈은 엄마였습니다.
그랬기에 조기폐경이라는 진단은 벌과 같았죠.
만약 재미가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었더라면 잎싹의 일대기를 생각하며
다른 대안을 생각해낼 수도 있었겠지만,
하필 재미가 결혼하고자 하는 사람은 풍양 어씨 18대 손, 5대 독자 종손이었습니다.
그런 집에서 불임인 여자를 원할 리 없다고 생각했죠.
거기다 못박듯 해조가 이별에 했던 말
넌 좋은 아내는 될 수 있어도 좋은 엄마는 될 수 없어.
우리 같은 애정결핍 종자들은 사랑을 할 수 없을 거야.
이 말이 재미의 인생에 불행의 씨가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어떤 말이 진실이고 어떤 말은 물리쳐야 되는 말이라는 것만 판단할 수 있어도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강하지 못하고 남의 말에 뿌리채 흔들리길 잘하죠.
2. 아버지 놀이
재근은 한밤중에 깬 해조에게 다가옵니다.
그는 해조가 불치병인 것을 눈치챘죠.
자신의 병을 물러준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재근은 해조를 데리고 새벽 어시장으로 갑니다.
해조는 자신을 매몰차게 버렸던 아빠와의 추억이 늘 가슴에 남아있었습니다.
사랑도 없었으면 이별도 아프지 않았을 텐데
아빠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 더할 나위없이 좋은 아빠여서 아직도 해조는 그리워합니다.
친아빠라면 자신을 좋아해주지 않을까라는 환상을 갖고 있었죠.
재근은 해조를 위해 모든 것을 사조고 싶다는 듯 행동합니다.
고등어, 농어, 전갱이,
거기다 누군가에게 밑장빼기로 물고기를 바꿔치기 했다며 화를 내기도 합니다.
결국 싸움이 벌어지죠.
해조는 그를 도와 한바탕 후련하게 싸웁니다.
그리고 재근과 도망쳐 구석진 곳에서 재근이 끓여주는 라면을 먹죠.
재근은 누가 우리 아들 먹을 생선을 손대냐며 법석을 떨었었습니다.
재근은 해조 등을 두드리며 어린 놈이 혼자 크느라 애썼다고 위로합니다.
그 말은 정말로 해조에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물불 안가리고 무모하게 도전하던 해조도 내면은 사랑받고 싶은 꼬마에 불과했습니다.
싸움은 편 먹고 하는 것이 재밌다며 재근은 해조와 같은 편이 되었다고 과시합니다.
재근은 유전자 검사가 어떻게 나오든 아버지 노릇을 해보고 싶다며
재미에게 해조를 좀 붙들어 달라고 부탁까지 하고 내려갑니다.
그런데
왕자파 조폭들이 해조가 있는 곳을 찾아내서 산을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재미를 발견하고 쫓아오죠.
재미는 달아나 해조를 깨워 도망가려 합니다.
돈을 챙기려는데 보니 가방이 비어있었습니다. 재근이 다 갖고 튄 거죠.
재근은 도박중독자였습니다.
도박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연기했던 거죠.
이번에 나온 재근 캐릭터가 어마어마한 반전이었습니다.
정말 상대의 약점을 알고 놀랍게 연기하죠.
유머까지 갖췄어요.
진득거리지않고 은근하게 무엇을 아는지 정확하게 공략합니다.
그는 한 눈에 해조가 아프고, 돈을 가지고 있고, 아버지 정에 굶주렸다는 것을 알죠.
사실 사기군들의 특징이 그런 것 아니겠어요?
사람들이 보여주는 단서를 가지고 묘하게 약점을 우롱할 스토리를 만들어 연기를 하는 거죠.
그리고 다그치는 해조에게 먹여주고 재워주고 놀아준 댓가로 돈을 가진 것이라 말하죠.
해조는 그런 것을 받을 자격도 없는 새낀데 자기가 봐준 것처럼 이야기하죠.
다른 사람의 아픔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오직 자신의 욕구만을 위해 모든 것을 조작하는
그렇지만 지금 현재도 결코 잘 살고 있지 못하는 도박중독자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누가 착한 사람이고 괜찮은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시간을 쏟은 사람에게 존중받고 이해받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인데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은 많지 않죠.
그런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무한정 마음을 바치다가 상처받은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요?
해조의 눈빛이 흔들립니다.
해조가 원한 것 그 한가지때문에 세상은 해조를 더 할퀴고 가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원하지 말라고 말이죠.
재미가 이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열이 받아 재근의 머리를 움켜쥐고 욕을 합니다.
이 악당은 끝까지 비아냥 거립니다.
이제 너희 둘이 한 편 먹었냐고, 한 편 먹어서 좋겠다고 말이죠.
3. 과연 친부는 찾아야만 하는가?
다행히 재근은 해조의 친부가 아니었습니다.
이제 상황이 더 나빠졌습니다.
친부를 찾았는데 재근같은 사람이거나 더 나쁜 악당이면 어떡하죠?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우리 삶에 없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드라마는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것, 그것이 진정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가
그러나 간절한 바람, 그 욕구로부터 우리가 자유로울 수 있는가?
결국 우리를 살게 만드는 힘은 그 힘이 아닌가?
이제 모든게 다시 시들해졌습니다.
이런 실망감때문에 해조가 어떤 일을 끝까지 해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세상에 요구하는 한가지 일들이 번번히 자신에게 실망을 안겨 주었으니까요.
재미는 천애고아여서 부모를 찾을 엄두조차 못내는 자신에게 유세하냐며
해조를 다그칩니다.
해조는 그만 재미에게 돌아가라고 했거든요.
그말에 해조는 재미에게 키스하고 말고, 이 모습을 어흥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