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대
<사이코지만 괜찮아 > 드라마 극본을 썼던 조용 작가님의 새 드라마입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각자의 상처를, 서로 의지하며 사랑하는 가운데 극복해가는 두 사람과 그 형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1화를 보고 나니 이 드라마 역시 고아인 두 주인공이 삶의 숙제를 해결하는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부모를 떠나서 자립적인 삶으로 살아가는 과정이 작가님의 주요 주제인 것일까 생각이 들더군요.
기발한 설정부터 마음이 끌렸습니다.
2. 그럼 난 누구냐고?
남자 주인공 해조(구교환) 는 해조심부름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재미가 있다고 느끼는 의뢰만 받는 괴짜입니다.
그는 봉숙(이엘)에게 세들어 살고 있는데 철거 진행 중인 구역에서 봉숙을 피하며 버티고 있었습니다.
기호(김민석)은 그와 함께 사무실을 운영하는 직원입니다.
심부름센터로 의뢰가 들어오는 업무는 요양병원에 있는 엄마 임종지키기, 졸피뎀 구해주기, 청부살인,
학폭 가해자 막아주기, 오빠 찾아달라는 초 4의 간곡한 부탁, 등입니다.
해조가 받지 않는 미아, 가출, 실종가족찾기 등은 기호가 뒤에서 알아서 처리하고 있습니다.
1화에서 보여주는 해조가 재미를 느낀 의뢰는 왕자파 조폭 대장 칠성의 결혼식에서 자신을
납치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심하게 재미를 느낀 해조는 수락합니다.
사실 이를 의뢰한 양희(이다희)는 조폭 대장을 꼬신 후 그의 계좌를 털어 외국으로 나를 셈이었죠.
조폭들이 걸그룹 복장으로 노래하고, 불쇼가 벌어지는 등 야외 결혼식이 화끈하게 열리고 있는데
해조가 세탁소에서 빌려 입은 아니 빼앗아 입은 검사 양복을 입고 헬멧을 쓰고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나
그말 그대로 양희를 납치합니다.
조폭 대장은 헬멧으로 쳐서 이를 부러뜨리고 말이죠.
그러나 양희를 태우고 도로를 달리던 중 머릿속에서 소리가 들리고 사물이 여러 개로 보이다가 그만 중심을 잃고
풀밭으로 스러지고 맙니다.
그리고 해조는 병원에서 눈을 뜹니다.
눈 뜨기 전 그는 꿈을 꾸었습니다.
어린 자신이 두 남녀를 쫓아가며 엄마, 아빠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자가 다가오더니 엄마, 아빠가 아니니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야단을 칩니다.
남자가 떠나버리고 어린 해조는 그럼 난 누구냐고라고 울부짖습니다.
해조의 인생 문제는 바로 "그럼, 난 누구냐고?"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그는 오직 재미를 느끼는 일만 하며 다른 사람이 예측할 수도 없게 행동해서 모든 의뢰를 100%로 성공
시키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 실려가서 받은 검사에서 그의 머릿속에는 새알심처럼 혈관들이 엉켜서
14개의 하얀 덩어리가 되어 있었고, 의사는 그에게 낙관적으로 3 개월 정도 남았다고 말하며
이건 유전일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해조는 화가 납니다. 아빠도 모르는데 유전은 물려받은 사실에요.
그리고 그 병원에서 전 여친이었던 재미를 보게 됩니다.
둘은 독한 말을 내뱉으며 헤어졌죠.
재미는 해조에게 평생 외롭게 살다가 혼자 길바닥에서 죽을 거야라고 했고
해조는 재미에게 우리같은 고아는 애정결핍때문에 부모가 되지 못할 거고,
재미는 결코 엄마가 될 수 없을 거라고 했죠.
3. 왜 나만 안되는데?
재미(이유미)는 해조와 헤어지고 종갓집에 시집가게 되었습니다.
고아인 그녀를 받아줄 리 없었지만 남편될 사람이 임신했다고 허락해달라고 했죠.
그런데 산부인과를 찾았는데 스물 여덟의 그녀는 "조기폐경"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게됩니다.
그녀는 울고 싶어서 장례식장을 찾았죠.
그녀 옆에는 일곱째를 낳고 이번에 쌍둥이를 임신해서 분통을 터뜨리는 임산부가 있었습니다.
재미는 자신에게 아이 하나만 달라고 떼를 씁니다.
그리고 왜 나만 안되냐고 장례식 바닥에 주저앉아 대성 통곡을 합니다.
이 모습을 해조가 다 보고 있었습니다.
재미가 조기폐경이라고 하는 말까지 다 들었습니다.
그래도 재미는 자신의 결혼식을 위해 종갓집에 갔습니다.
음식 준비를 돕다가 손이 베기도 하지만 정말 결혼이 하고 싶었습니다.
종갓집 며느리인 시어머니의 서슬이 무섭기도 하지만 정말 큰 일은 조기폐경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녀는 도망가야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결혼식날이 되고 말았습니다.
예쁘게 차린 그녀 앞에 해조가 나타나서 이 결혼은 사기결혼이라고 하죠.
그 때 신랑이 들어와서 두 사람을 봅니다.
4. 특별한 장면들
먼저 해조가 살던 재개발지역 골목을 기호가 킥보드를 타고 가는데 이곳이 진정 우리나라인가 싶을 정도로
특이한 화면을 보여줍니다. 붉은 등 같은 것도 달려있고 용역직원들과 시위대 모습도 간간히 보입니다.
해조의 사무실도 콘크리트 기둥이 그대로 드러난 집을 부수다 만 느낌이 나는 곳이고
내부는 굉장히 어수선합니다. 그 와중에 큰 수조가 있고 물고기들이 있습니다.
해조는 물고기들이 죽을 때마다 변기에 흘려보냈는데 나중에 그 물고기가 변기에서 튀어 나오기도 합니다.
재미가 음식 만드는 일을 돕는 종가 종친 오육백명 이바지음식을 하는 종갓집 식당과
장독이 놓인 마당, 그리고 전통혼례 장면은 진짜 스케일이 큽니다. 닭이 곶감을 먹고 뛰어 나오는데
그건 어떻게 촬영했는지 궁금하기도 하더라구요.
조폭들의 결혼식 장면도 촌스러우면서도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이 나고 음향등도 실제 결혼식을
재현하고 있는 것 같아서 재밌었습니다.
다만 해조가 양희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도로는 급작스럽게 한적해져서 조금 개연성이 떨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바로 조폭이 쫓아오면 극 전개상 말은 안됐죠.
그저 그런 드라마가 될지, 가슴을 울리는 드라마가 될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