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각각의 사연들
지배종에 나오는 캐릭터들에게 각각의 사연을 부과한 장면들이 있는데 섬세한 연출 덕분으로 꽤 개연성있게 느껴집니다.
사실 궁금했던 몇몇 캐릭터들 특히 스파이가 되었던 정해든과 업자로 불리던 살인자의 스토리도 좀 궁금했는데
그들까지는 안나옵니다. 어떻게 보면 억지스러울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극의 깊이를 더해주기도 하네요.
* 우채운 (주지훈)은 여기서 남자주인공으로 큰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BF 윤자유의 경호원이 되기까지
그와 윤자유가 겪은 상황들이 비슷하거든요. 윤자유가 계속 테러 위협을 당하다가 우채운 집에 머물때
그가 한 이야기입니다. 추운 겨울에 윤자유와 경호원 김호승과 마당에서 티타임을 갖다 나온 얘기였죠.
그가 있는 집을 팔려고 했는데 조카 유학비를 대기 위해서였습니다. 처음에 컴퓨터 바탕화면에 엄마와 아이 사진이
떠서 그가 결혼을 했나 싶었는데 여동생과 조카였더라구요. 또 이 지점이 윤자유와의 썸을 기대하게도 했구요.
그런데 조카가 유당불내증으로 응급실에 여러 번 실려가게 되자 미국행을 권했고,( 미국은 물알러지도
있는 나라라군요. ) 동생이 이혼했는데 본인이 그 비용을 대기 위해 파병도 택했고 집도 팔려는 것이었습니다.
또 자신이 파병간다고 하자 함께 가겠다고 나선 친구가 테러로 죽어서 그 친구를 위한 복수로
계속 테러의 배후를 캐고 있었습니다.
*윤자유( 한효주)는 이 사업에 전염하게 된 두 가지 계기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그녀가 배양육 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되었고, 하나는 인공 장기 연구를 계속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의대 대학원생이던 그녀는 교수 연구에 동원되어
구제역 발병으로 돼지들을 생매장하는 현장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길로 그녀는 학교를 떠나게 되죠.
그리고 진정한 지배종이 되려면 먹는 것을 다른 동물에게 의존하면 안된다는 개념을 장착하고 돌아와 배양육 연구와
사업을 하게 된 것입니다. 또 한가지 사건은 그녀에게 쌍둥이 자매가 있었는데 그 동생은 유학을 가서 그만
인간 광우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속절없이 동생을 잃어야했던 것에 대한 아픔으로 그녀는 인공 장기 연구를 하게
되었죠. 병들지 않고 사는 삶을 기대하면서요.
*선우재( 이희준)는 뭐 사연이라고 해야하기는 뭣한데 혈우병이 있었습니다. 좀 난데 없다 싶으면서도
채운과 싸울 때 코 한 대 맞았는데 갑자기 심하게 피를 흘리더라구요. 채운은 혈우병을 한 번에 알아봤지만
저는 몰랐습니다. 약을 떨어뜨리는 장면이 왜 들어갔었나 싶었는데 혈우병을 암시하기 위해서였나봐요.
하지만 선우재가 혈우병때문에 윤자유의 비밀 실험에 관심을 보였다고 하기는 좀 억지스러웠어요.
뭔가 연결 고리가 더는 나오지 않았답니다. 선우재 캐릭터가 제일 정립되지 않았었는데요. 그는 아버지를
증오하는 것 같다가 또 아버지를 이용하는 것 같다가 한편 아버지랑 똑같은 편인 것같다가 혼란스러웠습니다.
대통령이 누워있을 때 대통령이 자신을 채운으로 착각하고 사건의 배후가 선우근인 것을 알고 선우재를 위해 이 사건을 덮자고 했을 때 미안하다고 말하는 부분이 몹시 어색했습니다.
2. 이해하기 어려운 결말
채운은 키르를 테러범으로 몰고간 키르의 사촌 형을 찾으러 두바이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윤자유에게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인공 장기 교환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하죠. 윤자유는 장기 교환 수술에
최고인 교수들을 초빙해서 더 큰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기술이 더 축척되면 시도하겠다고 하죠.
그때 해든이 스파이인 것을 알아내고 업자를 찾아내죠. 선우근측에서 업자를 살해하려 공격하는데
이를 구하러 한자유가 갔다가 그만 심한 교통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그녀는 생명이 위독했습니다.
마침 연구소에는 최고의 전문의들이 있었고 그녀는 자신의 공표대로 최초로 인공배양 장기로 교환하는
수술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부터가 좀 무리였습니다. 그래도 수술인데 수술 중에 온산 연구소장은 나가서 전화를 받고
선우근측에서 보낸 것인지, 선우재측에서 보낸 것인지 기동대가 돌격해 수술실을 급습하더라구요.
벌써 돌아온 채운은 그들을 막으려 혈투를 벌이는데 그의 괴력은 이때는 또 발휘되지 않더라구요.
자유는 몸을 다 열어젖히고 누워있는데 인공장기들은 싸움의 무기가 되고 기동대는 어떤 때는
마구 총질을 하다가 어떤 때는 위협했습니다. 뭔가 상식이 없는 진행이었죠. 기동대들이 로봇이거나
악인이거나 했습니다. 그리고 수술실이 저렇게 노출되면 세균 감염이 상당할 텐데 수술 중에
일어난 일로 봐서는 한자유가 깨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이일은 선우근의 짓임이 밝혀지고 선우재는 총리직에서 물러나죠. 그가 물러났는데도
꽃을 들고 환영하는 인파도 참 어색하더군요. 그는 도슨그룹 회장이 되어 회심의 미소를 짓습니다.
윤자유는 목소리가 나오고, 온소장은 검찰에게 윤대표가 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비밀의 방이 열리며
채운이 누워있는 모습을 비추고 화면은 끝이 납니다.
매순간 엄청난 몰입해서 봤는데 끝부분에서 그 긴장도가 좀 흐트러지는 것 같았습니다.
3.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한자유의 비밀프로젝트를 알게 되었을 때 선우재가 필립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책을
언급했습니다. 안드로이드는 아니지만 장기를 계속 바꾸며 영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죠.
선우재는 가난한 이들에게 생명연장은 독이 될 뿐이라며 부를 가진 사람이 그 기술을 이용해야한다고 주장하며
그 기술을 사는 동안 아프지 않게 살자는 생각으로 연구한 것이라는 윤자유의 말에 반박합니다.
드라마 대사로 책이름을 듣는 느낌이 아주 신선했습니다.
SF 물 속에 여러 사연들과 죄책감, 죽음에 대한 공포, 영생에 대한 갈망, 병에 대한 두려움 등을
잘 녹여내서 정말 재밌게 정주행했습니다.